이번생은 처음인지라

 

언젠가 어디에선가 티비 속 프로그램에서 어떤 아나운서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 본인이 일기를 쓰는 이유는 그날그날 살면서 처음경험했던 것을 기록하기 위함이라고 사실 처음에는 별 감흥도 없었고 믿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티비에 나와서 괜히 거짓말할 필요도 없도 나도 뭔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환기가 필요했던 터라 나도 그날 이후로 다이어리에 살면서 처음경험해 본 일들에 대해 기록하곤 했었다. 그 일이 사소한 것이든 대단한 것이든 말이다.

삼십 년밖에 살지 않은 내가 생각해 봐도 이 정도 살아봤으면 충분히 많은 경험을 해봤다고 생각하고 하루하루가 뭐 그리 새롭겠냐 하고 살게 되지만 우리의 하루를 의식해 보면 아마도 하루에 하나쯤은 살면서 처음 해보는 일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어제와 오늘을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어제는 아침에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고 오후에는 카페에 가서 음료 한잔 마시면서 노트북으로 글을 썼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참으로 평범하고 특별하지 않은 그냥 하루라고 생각될지 모른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그동안의 건강검진은 늘 회사에서 받았었는데 내가 직접 집 근처 병원에 찾아가 건강검진을 받은 건 살면서 처음이었고 오후에 방문한 카페도 종종 방문하는 카페지만 스초생이라는 메뉴는 처음 마셔보는 음료였다.

오늘 또한 장모님 댁에 가서 같이 점심식사를 하고 얘기를 좀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와 글을 쓰는 평범한 하루지만 한번 더 생각해 보면 점심식사 메뉴 중에 민어 전은 살면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관성적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하루지만 사실 그 안에는 새로움이 가득하다. 나야 지금 백수생활을 즐기고 삶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늘 그날이 그날 같은 직장생활 와중에도 처음 경험하는 일들은 늘 존재한다. 이를테면 늘 똑같은 업무일지라도 퇴근하고 집에 와서 생각해 보면 오늘은 다른 날들과 다른 상황이 있었다거나 상사로부터 새로운 지시를 받았었다거나 무엇인가를 새롭게 배웠다거나 새로운 거래처 사람을 만났다던가 같은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일들 말이다.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게 작지만 꽤 괜찮은 삶의 원동력이자 행복이 될 수도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혹은 별의미가 없다한들 상관없이 오늘 내가 살면서 처음경험한 것을 생각하며 살아보자 그럼 생각보다 우리의 삶은 흥미진진할지도 모른다. 부디 모두가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하루에 함몰되지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