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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기념 효도
    생활 2023. 9. 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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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새 두 달

    목표는 없고 그냥 쉬면서 놀면서 사람들 만나고 가끔은 알바도 하고 이렇게 글도 쓰고 물 흐르듯이 살고 있다.

    하지만 그나마 목표의식을 갖고 실천하려고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효도다.

    대단한 의미는 아니고 자주 찾아뵙고 연락하기 그 정도다.

    내가 이러는 걸 보면 나이를 먹기는 했구나 하고 스스로 생각이 들긴 한다.

    그리고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 보니 아마 사회생활을 하고 살다 보니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것 같다.

    여하튼 그런 와중에 어제는 추석을 맞이하여 엄마와 꽤 오랜 시간 시간을 보냈다.

     

    아침부터 엄마가 있는 고척동으로 출발했다.

    하루종일 비가 올 거란 예보가 있었지만 많이 온다고 하지는 않았기에 일단 출발을 했다.

    그렇게 엄마를 만나 연천으로 향했다.

    멀고 먼 연천을 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연천에 있는 추모공원에 계시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천을 향하는 차 안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비가 오지만 많이 오지는 않아 다행이다, 비오니 너무 과속하지 말아라, 과속하면 어지럽다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

    힘들었던 과거의 생활 얘기, 아빠얘기, 외가댁얘기

    늘 만날 때마다 듣는 얘기

    그러다 보니 연천에 도착했고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도 비가 멈춰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기 딱 적당한 날씨가 됐다.

    포도 한 송이, 믹스커피, 찰보리빵 몇 개

    야외이기도 하고 우리가 다시 먹어야 했기에 간단하게 상을 차리고 인사를 드렸다.

    엄마는 본인의 엄마와 아빠에게 할 얘기가 있을 것이 분명하기에

    시간도 드릴 겸 옆에 계신 분들을 어떤 분들인지 한번 둘러본다.

    돌아가신 지 꽤나 오래되신 분들, 자녀가 없는 분, 비교적 최근에 돌아가신 분, 엄마보다 젊은데 이곳에서 쉬고 계신 분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또 그분들의 안녕을 빌어드렸다.

    한 삼십 분쯤 있었을까 이제 우리도 떠날 준비를 한다.

    엄마는 할머니 할아버지옆에 친구분들이 많이 계셔서 심심하지는 않을 거라 하셨다.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추모공원에서 출발한다.

     

    추모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망향비빔국수 본점이 있다.

    엄마는 가본 적이 없다기에 엄마를 모시고 그곳에 갔다.

    음식은 대단할 것이 없지만 본점이고 유명한 식당이기에 식사를 했다.

    "망향"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의미인지 다른 뜻이 있는지 사장님에게 여쭤보지 않아 정확한 의미는 모르나

    이북분이셨던 외할아버지를 떠오르게 하는 단어다.

    명절이면 마당 높은 곳에 올라가 고향 쪽을 바라보며 혼자 눈물을 훔치셨다던 외할아버지 얘기를 엄마가 넌지시 해준다.

     

    식사를 마치고 어디 가서 커피나 한잔 할까 하다가 파주에 잠깐 멈추기로 한다.

    사실 목적지는 출판단지였으나 비가 다시 내리기도 했고 바로 옆에 롯데아울렛이 있어서 그곳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생각지도 못했던 쇼핑몰에서 엄마가 운동화를 하나 사주셨다(충동구매는 아니고 운동화를 사야 했다)

    엄마가 신발을 사주신 게 몇 년 만인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십오 년은 되지 않았을까, 아마 이게 엄마에게 선물 받는 마지막 신발이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했다.

     

    그렇게 긴 여정을 마치고 마곡으로 돌아왔다.

    저녁으로는 등촌칼국수를 갔다.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본인이 사는 생활반경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식당이라며 그곳을 가자고 하신다.

    난 사실 버섯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대수랴 본인이 먹고 싶으시다는데 그쯤이야

    저녁식사까지 마치니 어느새 바깥은 어두워졌고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로 모셔다 드린다고 몇 번을 말했지만 버스를 타고 가겠다고 고집하신다.

    함께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한 십 분쯤 버스를 기다렸을까 기다리던 388번 버스가 왔다.

    엄마가 버스에 앉아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늘 내가 가는 모습을 보던 엄마였는데 엄마가 가는 모습을 지켜본 게 처음인 것 같다. 

    뭐랄까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처음 느꼈으며 그렇게 엄마와 함께한 하루가 끝났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어제의 감정과 기억들을 추억하고 싶어서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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