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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 서운칼국수 방문생활 2023. 10. 13. 22:46반응형
칼국수
멸치칼국수, 장칼국수, 사골칼국수, 해물칼국수, 비빔칼국수, 팥칼국수, 바지락칼국수등 참으로 다양한 종류가 있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에게 있어 칼국수란 그저 간단한 요깃거리에 지나지 않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칼국수는 조금 특별한 존재다. 이를테면 일종의 소울푸드라 할 수 있는 음식이다. 사는 게 지칠 때 혹은 영혼의 허기를 달래고 싶을 때 혹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냥 편하게 한 끼 할 수 있는 그런 음식
이 글은 칼국수에 대한 일종의 헌사 또는 개인적인 추억에 관한 글이라 해야겠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살아본 지역 또는 좋아하는 지역에는 나의 거점 칼국수집들이 존재한다.
현재 살고 있는 곳에는 대보칼국수, 광명 진미칼국수, 오산 홍두깨칼국수, 당진 해오름칼국수, 대전 하나칼국수 등등
몇 달 만에 방문한 서운칼국수는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하고 있는데 사실 시흥시에는 살아본 적도 없고 별다른 연고도 없는 동네다. 하지만 이 칼국수집은 약 40년 전 부모님이 신혼이시던 시절 제대로 된 건물도 없고 좌판에서 주인할머니가 칼국수를 끓여서 팔던 시절부터 알게 된 식당이다. 즉 가족의 역사와 함께한 식당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러한 이유로 개인적으로 많은 추억이 있고 나의 칼국수 평가에 있어서 기준점이 되는 식당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 어느덧 서운칼국수도 가격이 많이 올라 칼국수 한 그릇에 9천원이 됐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아직 어린이칼국수와 사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리추가는 면만 추가로 주는 게 아니라 다시 칼국수 한 그릇이 제공되기 때문에 손님입장에서 조금 배부르더라도 오기를 부려서 먹고 싶게 만드는 존재이다.
그리고 보통의 칼국수집들과는 다르게 배추김치가 아니라 무생채가 주력인 곳인데 이 무생채가 참으로 칼국수와 잘 어울리는 집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칼국수 그 자체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면 손으로 직접 썰은 것 같은 일정하지 않은 굵기의 칼국수 면, 진한 멸치육수, 그리고 투박하면서 무심한 고명이 서운칼국수의 특징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칼국수 한그릇 어린 시절 식목일이면 이 집을 찾아 온 가족이 식사를 하곤 했다.
나무를 심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왜 여기를 찾아가서 식사를 하고 근처 물왕저수지에서 드라이브를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비록 어린 시절 나무는 심지 않았지만 대신 그 식사들이 내 마음속 가족에 대한 몇 없는 좋고 행복했던 기억을 심어준듯하다. 일 년에 두세 번이지만 이 집 칼국수를 삼십 년 동안 먹어왔다. 앞으로 삼십 년 뒤면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전이 아닌 이상 부모님은 안 계실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 시간이 오더라도 부디 이 식당만은 온전하길 바란다.
그분들과의 추억을 생각하며 칼국수 한 그릇 할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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