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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념 2023. 10. 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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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어느 날인가 EBS영화 소개프로그램에서 봤던 이야기다.

    내용이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영화의 제목은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내용이란 것도 꽤나 오래된 일이라 내 머릿속에서 상당히 각색되었으리라 생각된다.

     

    A-마술사

    B-젊은 남편 C-젊은 아내

    D-중년 남편 E-중년 아내 F-딸

     

    기나긴 해외 공연을 마치고 귀국한 A

    그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C의 집이다.

    A는 이미 한 번의 결혼생활을 정리했고 다시 한번의 결혼보다는 지금 생활에 만족하는 중이다.

    C는 지금의 상황이 약간 불만족스럽지만 그래도 괜찮다.

    긴 외국공연 후 귀국하자마자 자신을 찾아오는 A가 아닌가 그렇게 그들은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F는 오래전부터 A의 팬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A의 공연 예매를 성공했다.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에 A는 지금 매우 들떠있다.

    사실 D와 E는 A에 별다른 관심이 없지만 F의 모습에 감사함과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얼마 후 공연날

    역시나 수 많은 인파가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 인파속에는 D, E, F 이 화목한 가정도 포함되어 있다.

    공연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관객들의 호응 또한 매우 좋다.

    공연의 종반부 A가 이번에는 새롭게 최면술을 선보인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D가 그 공연에 주인공으로 뽑혔다.

    A는 D에게 "이제 당신은 사람이 아닌 새입니다." 하며 최면을 걸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총성이 들렸고 A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공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관객들은 서둘러 그곳을 뛰쳐나온다.

     

    회사를 마치고 B가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집은 어둡고 냉기가 가득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즐거울 일이 없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오늘만은 기분이 좋다.

    자신이 고용한 사람이 목적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그는 맥주 한잔을 마신다.

    '아마도 C는 A의 장례식장에 갔겠지'하고 생각한다.

     

    F의 집은 그날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어버렸다.

    D는 그날 이후로 계속 비둘기처럼 행동하고 있다.

    E, F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나아지는 것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믿지 못할 이 상황 때문에 더욱더 악화만 되어갔다.

    게다가 F는 이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자책감속에 더욱더 무너져갔다.

    무엇인가 해결책이 필요했다.

     

    A는 죽었고 B는 C와의 관계가 회복될 줄 알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인생은 우리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B와 C의 사이는 최악으로 치닫았으며 그들에게 대화란 고함과 욕설뿐이었다.

    B는 지금 이 상황이 믿을 수 없었고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도덕성까지 버려가며 C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B는 결국 이 모든 상황을 참지 못하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린다.

    층이 꽤나 높기에 아마도 살 확률은 없을 듯하다.

     

    E, F는 이제 D를 포기해 갔다.

    그들에게 D는 사람보다는 새에 가깝게 느껴졌다.

    다정한 아빠이자 남편이었던 D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구구거리며 집안을 돌아다니고 거슬리는 새 한 마리일 뿐이었다.

    차라리 날아서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자주 들기 시작했다.

    D가 그 생각을 알아차린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D는 날갯짓을 하듯이 팔을 퍼덕거렸으며 베란다 근처를 배회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E, F가 손쓸 틈도 없이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D는 날갯짓을 하며 날고 있었다.

    아니 날개는 없기에 팔을 열심히 움직인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 B가 D의 등에 떨어진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아니다 어쩌면 운이 안 좋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 마음만은 B만이 알 것이다.

    D는 어디론가 날아간다. D만이 어딜 향하는지 알 수 있다.

    그 누구도 목적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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